섹션 2_온 더 레일 로드 이명세 감독

Section 2  |  On the Railroad :  Lee Myung-se


평생 자신만의 길을 만들고 찾아가는 

시네아스트에게 헌정하는 플랫폼 섹션 안의 특별 코너

1957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예전 영화과를 졸업했다. 1979년 이장호 감독의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해 여러 감독의 조감독을 맡았고 각본가로도 활동했다. 1988년 배창호 감독과 함께 쓴 시나리오 <개그맨>을 연출해 감독에 데뷔했고, 두 번째 작품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는 흥행에도 성공했다. 후속작 <첫사랑> 은 흥행은 미약했으나 소수의 관객들에게 명작으로 손꼽힌다.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로 다시 주목을 받으며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강동원 주연의 <형사>(2005)와 <M>(2007) 등 주로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장르물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서울예전 동문들과 함께 연출한 옴니버스 작품이자 배우 심은경이 공동 주연한 <더 킬러스>(2024)를 개봉했다.

개그맨
Gagman

이명세 감독
한국 | 1988 | 127분 | 극영화 | Color | 15세이상 관람가
안성기, 황신혜, 배창호 출연


제작_이태원 | 각본_이명세, 배창호 | 촬영_유영길 | 편집_김현 | 음악_김수철


자칭 천재 영화감독이지만 카바레에서 채플린을 따라 하는 삼류 개그맨 이종세는 감독 데뷔 기회를 노리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공연 리허설 중 탈영병에게 인질로 잡힌 종세는 우연히 소총 두 자루를 얻게 되고, 극장에서 만난 선영, 그리고 한국의 잭 니콜슨을 꿈꾸는 도석과 함께 ‘세상에 길이 남을 영화’의 제작비를 위해 은행털이를 계획한다.


✢ 프로그램 노트
호접지몽(胡蝶之夢), 장자의 나비 꿈 같은 영화다. 기차와 철로가 등장하는 후반부는 영화 세계가 꾸는 꿈의 감각을 한층 강화한다. 퇴로가 막힌 주인공들은 부산행 기차에 오르고, 일본으로 가는 밀항선과 멕시코, 할리우드로 이어지는 허무맹랑한 계획을 세운다. 이명세 감독이 영화로 펼치고자 한 세계와 기차가 지닌 상징적 이미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도주로가 없는 주인공들에게 기차는 마지막 꿈이자 마지막 도피처가 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밤무대 개그맨 이종세의 꿈은 곧 할리우드의 꿈이 된다. 그는 은행 강도가 되어 기차를 타고 도주극을 벌이고, 기차 안에서의 결투 장면은 서부극으로 변모한다. <개그맨>은 이명세 감독의 데뷔작으로, 1980년대 인기 배우 안성기와 황신혜, 그리고 공동각본에 참여한 배창호 감독이 삼인조 강도 역을 맡았다. 음악은 김수철, 촬영은 유영길이 담당해 사운드와 영상미 또한 주목할 만하다. 흔들리는 차창 너머의 풍경과 함께 특유의 감성적 연출과 몽환적 분위기가 뚜렷하게 드러나며, 이는 곧 이명세 영화 특유의 미장센의 기원과 그의 영화 세계를 예고하는 순간으로 자리한다.


인정사정 볼것 없다
Nowhere to Hide

이명세 감독
한국 | 1999 | 112분 | 극영화 | Color | 12세이상관람가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출연


제작_정태원 | 각본_이명세 | 촬영_송행기, 정광석 | 편집_고임표 | 음악_조성우, 김대홍


소나기가 몰아치는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잔혹한 살인 사건. 마약 밀매 조직의 암투가 개입했다는 단서를 잡은 서부경찰서 강력반은 잠복 수사를 시작한다. 베테랑 우 형사와 파트너 김 형사를 비롯한 7명의 형사는 주범을 포착하지만, 신출귀몰한 범인은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 프로그램 노트
부산 중앙동의 ‘40계단’, 비지스의 명곡 '홀리데이'가 흐르는 가운데, 한 남자가 살인청부업자에게 치밀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살해되는 장면은 영화 서두부터 비장한 정조와 숙명적인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다소 무모한 형사들이 사건 해결에 투입되고, 우형사와 김형사가 이끄는 수사팀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우형사는 날카로운 직관과 동물적인 감각을 지녔지만, 늘 문제를 일으켜 조직에서 아웃사이더로 남아 있는 인물이다. 영화는 그의 예측 불가능한 존재를 중심 축으로 삼아 범인과 경찰의 대립을 드라마틱하게 펼쳐낸다. 이명세 감독은 이 영화를 ‘안방 웨스턴’이라 불렀는데, 좁은 공간에서의 격렬한 움직임과 순간적인 정지를 통해 정서적 긴장과 시각적 활력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좁은 기차칸에서 이어지는 경찰과 살인자의 대결이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데, 제한된 공간 속에서 기차의 움직임과 칸에서 칸으로 이어지는 액션이 결합해 영화적 매혹을 배가한다. 영화의 마지막, 태백 탄광 기차 선로 위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이후 수많은 영화가 오마주한 명장면으로 남았다.




마스터스 초이스|Master's Choice

동경의 황혼
東京暮色, Tokyo Twilight

오즈 야스지로 감독
일본 | 1957 | 141분 | 극영화 | B&W | 15세이상관람가
후지와라 카마타리, 아리마 이네코, 하라 세츠코, 류 치슈 출연


제작_야마노우치 시즈오 | 각본_노다 고고, 오즈 야스지로 | 촬영_아츠다 유하루 | 편집_하마무라 요시야스 | 음악_타카노부 사이토


아키코는 은행원인 아버지와 두 살 난 딸을 데리고 집을 나온 언니 다카코와 함께 살고 있다. 동급생 겐지와의 관계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중절 수술을 위해 5,000엔을 마련하려 밤늦도록 방황한다. 어느 날 오래전 행방을 감췄던 어머니가 불현듯 나타나면서, 아키코의 삶과 시선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오즈의 마지막 흑백영화이자 가장 아름다운 흑백영화.


✢ 프로그램 노트
오즈의 마지막 흑백 영화로, 다음 작품 <피안화>(1958)부터 남은 여섯 편은 모두 컬러로 제작되었다. 다수의 오즈 영화가 딸의 결혼, 부모의 고독이나 죽음을 주제로 삼은 것과 달리, 이 작품은 가족의 결핍 자체가 주제이며, 딸의 죽음을 다루고 있어, 오즈의 작품 계보에서도 예외적으로 비관적인 색채를 띤다. 스기야마 가족은 모두가 외로움을 안고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한다. 아내는 가출했고, 딸은 혼전 임신으로 괴로워하고, 남편과의 불화로 결혼한 장녀(하라 세츠코)는 친정으로 돌아온 상태다. 부녀 사이에 대화 또한 거의 없다. 부부와 형제 자매 관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아내, 어머니의 부재는 가족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인물 관계는 당시 화제작 <에덴의 동쪽>(1955)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영화 후반부, 충격적인 현실에 직면한 아키코가 철로 근처를 헤매는 장면은 인물의 불안정한 내면의 방황을 드러낸다. 배웅 조차 없이 도쿄를 떠나는 기차역의 마지막 긴 장면은 삶에 드리운 슬픔을 깊이 있게 형상화한다.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 Yasujiro Ozu, 1903.12.12. ~ 1963.12.12.)
19세에 쇼치쿠 영화사에 입사하여 3년간 촬영감독과 조감독 등을 거쳐 1927년 <참회의 칼>로 데뷔했다. 서민적인 희극 영화로 명성을 얻었지만 1937년 징집되어 2년간 중국에서 보냈다. 이후 1941년 연출을 재개했다가 다시 징집되어 버마에서 선전 영화를 찍었고, 47년 <셋방살이 신사록>으로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만춘>, <초여름> 등 수많은 걸작을 남겼으며, 일본인의 영화적 시선을 대변하는 다다미 쇼트와 필로우 쇼트를 창조했다.